요리책
나무 책상 가운데에 낡은 노트가 펼쳐져 있다. 노트 주위에는 식재료와 주방기구가 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수, 숟가락, 로즈마리, 홍고추, 마늘, 가위, 파프리카, 씀바귀, 후추, 소금, 레몬그라스, 유리병, 토마토, 마늘, 타임이 보인다. 명칭은 정확하지 않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본 웹사이트는 2022년 7월 9-10일 양일간 열린 wrm*새로운 질서 워크숍 <질투 어린 눈으로>의 결과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워크숍 종료 이후 이혜진은 자신의 결과물을 워크숍의 기획 의도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용도로 전용(轉用)하고자 한다.
요리책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혜진의 요리책midodok's Cookbook 으로 이동한다. 해당 페이지에는 이혜진이 만들 수 있는 요리의 레시피가 등록되어 있으며 레시피의 개수는 2022년 8월 9일 기준 21개다. 웹사이트 방문자는 요리책을 참고해 오늘 저녁 해먹을 요리를 이혜진에게 제안·권유·지시·종용할 수 있다.
체리들
체리가 화면을 빈틈없이 채우고 있다. 대체로 적색이며 일부는 검은빛이 돈다. 표면에는 광택이 있다. 몇 개에는 연두색의 꼭지가 달렸다. 꼭지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휘어 있다.
체리의 표면에 둥근 모양의 광원이 비친다.
이미지를 사분면으로 나누었을 때 1사분면 구역에 속하는 체리 일부에는 촬영자의 실루엣이 흐릿하지만 반복적으로 비친다. 이미지를 밝게 보정하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런데 이미지를 밝게 하니 왼쪽 구석, 꼭지가 가로 방향으로 화면 외곽을 향해 뻗어 있는 체리의 일부분이 검게 썩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선하고 반짝거리는 체리들은 눈속임일지 모른다.
이혜진
청색 배경 앞에서 웃고 있는 여성의 사진이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8개의 치아가 드러난다. 눈동자와 모발의 색은 검다. 앞머리는 한쪽으로 정리되어 있다. 눈썹은 반달형이며 좌우가 완전한 대칭은 아니다. 눈은 홑꺼풀이다. 검은 눈동자에 세 개의 흰색 하이라이트가 비쳐 보인다. 흰색 탑에 검은색 재킷을 입었다. 옷깃의 모양과 양쪽 어깨의 높이는 좌우가 같다.
청색 그라디언트는 짙은 청색(#2665d1)에서 밝은 청색(#92d3e7)으로 변한다. 이미지의 종횡비는 증명사진에서 주로 사용하는 4:3 비율이다. 인물의 외곽은 잔머리 없이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으며 배경과 맞닿은 부분이 조금 밝아 번뜩이는 듯 보인다. 눈동자와 눈썹은 높은 선예도로 표현된 반면 그 주위의 피부는 질감이 없다. 후보정을 거친 것으로 추측된다.
이 이미지는 이력서 사진의 양식을 두 가지 측면에서 위배한다. 첫째는 화장기 없는 얼굴이다. 눈썹은 군데군데 비어 있고 콧볼과 뺨에는 홍조가 비친다. 무릇 이력서라면 가장 상품성 있는 형태의 자기 재현을 미덕으로 할 터인데 이 여성은 그쪽엔 영 관심이 없어 보인다. 화장은커녕 세수도 하지 않고 사진관을 방문한 다음, 단정한 머리와 상의를 합성으로 얻어내었을 것만 같다. 정직성을 의심받아도 상관없다는 것일지. 둘째는 과하게 밝은 미소이다. 여성은 볼 안쪽의 어둠이 보이도록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다. 사진사는 필시 적당한 호감을 주는 은은한 미소를 권장했을 것이다. 제멋대로 활짝 웃고 있는 이 여성의 미소에서는 어쩐지 반항기가 느껴진다. 그 밖 요소(배경색, 헤어, 의상)들의 스타일은 보수적이고 경직되어 있어 더욱더 이질적이다. 짐짓 예의 바른듯하나 실은 장난스럽고 불쾌하며 면접관을 약 올리려는 의도가 다분한 이미지로 보인다.